따스한 봄, 무더운 여름, 선선한 가을. 이 계절들은 캠핑, 등산, 낚시, 피크닉 같은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즐기는 이 모든 활동에는 조심해야 할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진드기’**입니다.
진드기는 그 자체로도 불쾌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치명적인 감염병의 매개체라는 사실입니다. 진드기에 물리는 것만으로도 여러 종류의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고,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같은 질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진드기 감염병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다는 점입니다. 진드기에 물렸다고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전 예방과 적절한 대처법을 숙지해두면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진드기를 통해 전파되는 주요 감염병의 종류와 그 특징, 증상, 치료법, 그리고 반드시 알아야 할 예방법까지 한 번에 정리해드립니다. 진드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보다, 정보와 준비가 여러분의 건강을 지켜줄 것입니다.

1. 진드기로 전파되는 대표 감염병 3가지
진드기가 전파하는 감염병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 종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아시아, 그리고 유럽 등에서 흔히 보고되는 대표적인 감염병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줄여서 **SFTS(Syndrome Fever with Thrombocytopenia)**는 2013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꾸준히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감염병입니다. 감염 경로는 참진드기류(주로 작은소피참진드기)에게 물리는 것으로 시작되며,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으로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고열 (38℃ 이상)
식욕부진, 피로감,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 근육통
혈소판과 백혈구 수치 저하
심할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 가능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대부분 대증 치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치사율이 최대 30%에 달할 수 있습니다.
② 쯔쯔가무시병 (Scrub Typhus)
쯔쯔가무시병은 가을철에 급증하는 질병으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합니다. 가을철에 성묘, 풀숲 작업 등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감염되며, 전국적으로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2주 잠복기 후 고열 발생
오한, 근육통, 발진
림프절 비대, 피로감
**검은 딱지(가피)**가 물린 부위에 생기는 것이 특징
쯔쯔가무시병은 세균성 질환이기 때문에 항생제(예: 독시사이클린) 투여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지만, 조기에 진단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③ 라임병 (Lyme Disease)
라임병은 주로 참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세균성 감염병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더 흔하지만 국내에서도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진드기에 물린 후 피부에 **붉은 원형 발진(표적 모양)**이 생기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증상 진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초기: 발열, 근육통, 원형 발진
중기: 신경염, 얼굴마비, 심근염
후기: 관절염, 만성 피로, 인지 장애
라임병도 조기 항생제 치료가 매우 중요하며, 치료를 늦출 경우 만성 신경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2. 진드기 감염병 예방법: 예방이 최고의 치료다
진드기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감염병을 전파하므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무조건 예방하는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진드기 예방법을 알아봅니다.
① 야외 활동 시 복장과 준비물
진드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면 야외 활동 전부터 철저한 복장 준비가 필요합니다.
긴팔 상의, 긴바지, 목이 올라오는 양말 착용
바지 밑단은 양말 안으로 넣고, 소매는 장갑 안으로
밝은색 옷 착용: 진드기를 쉽게 발견 가능
모자 착용: 머리와 귀 뒤도 주요 물림 부위
진드기 기피제 사용: DEET 성분 포함된 스프레이나 크림
또한 야외활동 후에는 반드시 옷을 털고 샤워하여 진드기 부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야외에서 주의해야 할 행동
단순히 복장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야외에서의 행동 패턴도 중요합니다.
풀숲, 덤불, 잔디 위 직접 앉지 않기
나무 아래, 축축한 낙엽 더미 피하기
반려동물은 풀숲 출입 자제, 산책 후 털 점검
캠핑 시 매트나 방석, 의자 사용하기
쓰레기, 음식물 방치는 진드기를 유인할 수 있으므로 정리 필수
특히 텃밭 가꾸기, 농촌 봉사활동, 성묘, 무덤 정리 등을 할 때는 진드기 노출 위험이 훨씬 더 높아짐으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③ 야외활동 후 반드시 해야 할 체크리스트
야외활동이 끝났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음을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옷을 털고, 세탁기 고온수로 바로 세탁
샤워 및 두피, 겨드랑이, 사타구니, 귀 뒤 확인
진드기가 붙어 있으면 즉시 제거
핀셋으로 가능한 한 가까이 붙잡고, 수직 방향으로 천천히 뽑기
물린 자리는 소독하고, 증상 발현 시 병원 내원
진드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입 부분이 피부에 남아 감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뜯지 말고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3. 진드기 감염병 관련 Q&A
진드기 감염병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Q1. 진드기에 물리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하나요?
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드기 제거 후 2주 이내에 고열, 두통, 구토, 설사, 근육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면역력이 약한 사람, 고령자, 기저질환자는 예방적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2. 진드기 감염병은 사람 간 전염되나요?
일반적으로는 사람 간 직접 전염은 드뭅니다. 하지만 SFTS의 경우, 환자의 혈액, 체액과의 접촉으로 전파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보호장비 없이 돌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가족 간 간호 시에는 장갑, 마스크, 방수 앞치마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Q3. 반려동물도 감염되나요?
네. 진드기는 강아지, 고양이, 심지어 야생동물에도 기생할 수 있으며,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간접적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야외에 데려간 후에는 반드시 피부, 귀, 꼬리 주변을 점검하고 진드기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Q4.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나요?
현재까지 진드기 감염병 대부분은 백신이 없습니다. 일부 국가에서 특정 질병(예: 라임병, 진드기 매개 뇌염)의 예방 백신이 연구 또는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치료제 역시 병원균에 따라 대증 치료 또는 항생제 사용에 의존합니다.
결론: 예방이 생명을 구한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때로는 ‘산속에나 있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농촌 지역뿐만 아니라 도시 외곽, 공원, 캠핑장 등에서 진드기 감염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진드기는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고, 한 번 물리면 증상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대처보다는 예방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야외활동 전후에 준비와 점검만 잘 해도 진드기 감염병을 충분히 피할 수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실천들이 있습니다. 긴팔 입기, 기피제 뿌리기, 야외 후 샤워하기. 이런 습관이 당신과 가족을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지켜줍니다.
자연을 즐기되, 조심하세요. 진드기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